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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검찰·사법·언론 개혁과 '내란 척결' 드라이브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추석 귀향길에 검찰이 폐지됐다는 뉴스를 들려드리겠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공언대로 9월25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은 오는 11월까지 사법·언론 개혁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겠다는 계획이다.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3대 특검 연장,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등도 계속 추진한다. 지금 민주당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속도전'이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에선 뜨거운 환호를 받는 분위기다. 민주당 역시 각종 개혁 과제가 민심에 화답하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검찰청 해체가 9부 능선을 넘은 날엔 "역사에 기록될 날"이라고 자평했다 신협제2금융권 . 하지만 수치가 드러내는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부터 나타난 여론조사의 흐름이 의미심장하다. 정기국회 개회로 민주당의 개혁 속도전이 본격화된 9월에 오히려 민주당 지지율은 주춤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석 연휴 첫날인 10월3일 인천 강화군 강화 기금법 평화전망대에서 진행된 실향민들과의 대화에서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의 딜레마, 당심 따르면 민심이 안 따라와 
한국갤럽이 9월23~25일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2주 연속 하락해 38%까지 떨어졌다. 이재명 정 적금 추천 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맛본 '30%대' 지지율이다. 9월29일~10월1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진행한 NBS(전국지표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41%로 2주째 제자리걸음이다. 9월29~10월2일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47.2%를 기록해 전주 대비 3.9%포인트 반등했지만, 그 전까지 4주째 하락세를 보였다.
국민은행kb시세 정치권에서 민주당이 '과속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엔 이런 배경이 자리한다. 개혁에 속도를 낼수록 중도층 민심의 역풍이 불 가능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는 일부 개혁안이나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등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법조계, 학계 등 각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추석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사퇴 연휴를 목전에 두고 국회에서 4박 5일간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는 등 국민의힘과의 협치는 민주당이 개혁에 속도를 낼수록 더 멀어지고 있다. 극한 대치 속에서는 민생법안 처리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만큼 이에 따른 역풍도 개혁 행보에 동반되는 리스크 중 하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과속에 명분은 있다. 이들에겐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민주계열 정권이 줄곧 추진했던 개혁 과제들이 번번이 좌초했다는 서사가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탄핵 직후 임기 초라는 절호의 개혁 타이밍에 '선장(문 전 대통령)'과 '사공(여대야소 국면)', '민심 풍향(당정의 높은 지지율)'이 모두 맞아떨어졌음에도 오히려 여유를 부리다 기회를 놓쳤다는 자성론도 당내에서 감지된다. 게다가 개혁 실패가 이후 보수진영에 차기 정권을 헌납하는 결과로 이어진 만큼 속도전이라는 당위성이 당에 자리 잡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지나친 '과속'은 배를 전복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최근 민주당 행보가 당 지지율뿐만 아니라 정부를 향한 민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실제 민주당의 개혁 추진 과정에서 야당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등이 겹친 9월 4주 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5%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34%를 기록한 부정 평가에서 '독재·독단'(11%)이 '외교(14%)'에 이어 부정 평가 사유 2위에 올랐다. 일각에서 여당의 입법 드라이브가 이 대통령의 어깨까지 짓누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용산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개혁 방향 자체에는 당정 간 큰 이견이 없지만 속도와 시기, 강도를 두고는 미묘한 간극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은 정부와 합의되지 않은 여당 일각의 '돌발 행보'가 계속되면 '이재명의 시간'을 가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회의 가교 역할을 맡은 우상호 정무수석의 태도 변화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그동안 당정 갈등설이 불거질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자처해 왔다. 8월28일 검찰 개혁과 관련해 파열음이 나오자 "의견 수렴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했고, 9월16일엔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정당 대표의 입장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 입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게 방향, 속도 차이는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JTBC 캡처


우상호 "당과 속도·온도에서 차이가 난다"
그랬던 우 수석의 어조는 여당의 개혁이 본격화할수록 점진적으로 변했다. 엇박자를 사실상 '인정'하고, 민주당의 과속이 대통령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속내를 비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우 수석은 9월30일 SBS 유튜브에 출연해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개혁 과제를 실천하는데 왜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까를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며 "당이 강하고 선명하게 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시기, 방식에서는 변화를 줄 때가 됐다"고 했다. 9월25일 한겨레 인터뷰에서는 당은 지지층을 의식해 개혁을 끌고, 대통령은 민심 전체를 책임지며 각자의 일을 하는 게 '뉴노멀'이라면서도 지지율 하락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10월6일에는 KBS 라디오에 나와 더 직접적으로 당정 엇박자를 표현했다. 우 수석은 "당의 입장이나 취지에 동의하지만, 가끔 속도나 온도에서 차이가 난다"며 "이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하면 당이 곤혹스러워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전폭적 지지를 받는 접근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지금 민심은) '여권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세상이 조금 시끄럽다'는 게 총평으로 보인다. 시끄럽지 않게 개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당을 겨냥해 개혁 드라이브를 좀 더 안정적으로 추진해 중도로 외연 확장을 주문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여당의 '과속'이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은 당내에서도 나타난다. 김영진 의원은 10월2일 "이 대통령이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왜 지지율이 우하향해서 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고, 집권여당으로서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당·정·대 모두 '원팀'을 강조하며 갈등이나 엇박자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흔들 변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여당의 속도전이 또 다른 족쇄로 작동할 경우 당정 갈등이 한층 표면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 부부가 추석 명절을 맞아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두고 여야가 법적 공방전까지 펼치며 연휴 이후 민심 향방은 안갯속에 빠진 상황이다. 이와 맞물려 국정자원 화재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야당의 공세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1400원을 넘은 환율과 뛰는 먹거리 물가, 관세 협상 등 경제 문제 역시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뇌관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사에 인용된 조사 결과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