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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진영 이정환 기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7~8월에 경찰들이 도로마다 돌아다니며 폐쇄회로(CC)TV만 1800여 대 깠어요.


강력계 베테랑 이승하 서울시경찰청 형사기동대 1팀장(51·경정)은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 검거 과정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과 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구속 심문을 앞두고 지난 7월 16일 오후 돌연 잠적했다가 55일 만인 지난 10일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 팀장은 최근 강남경찰서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형사기동대(형기대) 1팀의 추적 후일담을 상세히 전했다.
정예 추적조, 지워지는 도주 흔적 속에서 '조력자' 통해 도피처 특정
형기대 1 광명직장인밴드 팀이 특검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이 부회장이 잠적한 지 일주일쯤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강남 일대 CC(폐쇄회로)TV를 모조리 뒤졌지만 영상 저장 기한이 끝나 기록이 지워지고 있었다. 단순 행적 수색 외에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이 팀장과 팀원들은 이 부회장이 2016년도에도 약 9개월 간 도주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떠올렸다. 이 부회 소득공제제공 장은 과거 감옥 동기에게 "절대 안 잡힐 자신이 있다"고 공언할 만큼 용의주도한 인물이었다.
"(이 부회장이) 처음부터 치밀하게 CCTV가 없는 곳에 내려서 도주할 계획을 수립했으니 분명히 도피 조력자가 있을 것이다. 이 조력자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팀장은 체포에 특화된 팀원 11명으로 추적조를 꾸렸다. 이 햇살론캠코 부회장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면담하는 동시에 동선 파악에 나섰다.
추적조는 2016년 도주 당시 유심과 공기계가 다수 나온 점을 감안해 이 부회장의 유심을 대리 수령한 인물을 색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이후 유심 대리수령자의 차량이 이동한 경로를 따라 이 부회장의 거처로 의심되는 전남 목포의 한 건물을 특정했다. 이곳 역시 C 신원 CTV 사각지대였다.
하지만 건물 안에 은신 중인 이 부회장을 바로 끌어낼 수는 없었다. 압수수색 영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건물 안의 인물이 반드시 사건 당사자라는 보장도 없었다.
단 추적조는 건물주를 통해 한 달 전쯤 남녀 한 쌍이 월세와 보증금을 모두 현금으로 준 점, 배달 온 가전제품과 가구가 다 새 것이었던 점 등의 정황을 파악했다. 이 부회장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 팀장은 "새벽부터 잠복에 들어갔다. 또 마침 택배가 왔는데 운동기구였다. 운동을 다닐 수 없으니 집에서 운동하려고 주문한 것이었다. '이기훈이 맞다'고 저희끼리 확신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부회장이 택배를 가지러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음 날 오후 6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문이 한 번 활짝 열렸다 닫히더니 이 부회장이 다시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짐을 안으로 들였다. 추적조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완전 도피를 꿈꿨던 이 부회장은 막상 붙잡힌 후에는 저항하지 않았다.
이 팀장은 "당연히 잡을 거지만 팀원들이 정말 고생했다. 수십 명을 만나고 미행과 잠복을 반복하며 강릉·부산·영양·목포까지 오갔다.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며 공을 돌렸다.
이어 "여름에 너무 힘들다, 쉬어라 해도 독기를 품은 팀원들이 '대한민국에서 추적 수사 제일 잘 하는 게 우리 형기대인데 이거 하나 못 잡으면 진짜 망신이다', '지금 쉬면 동력 떨어져서 안 된다'며 만류했다"고 말했다.
형기대 1팀의 활약으로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지난 26일 이 부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형기대는 축구로 따지면 '리베로'…"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



23일 이승하 서울시경찰청 형사기동대 1팀장이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5.09.23/ⓒ 뉴스1 이정환 기자


"형기대는 축구로 따지면 리베로(Libero) 역할. 즉 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다."
이 팀장은 형기대의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탈리아어로 '자유인'을 뜻하는 리베로는 수비수를 겸하며 중원까지 올라가 공격 전개를 돕는 유동적 포지션이다.
이 팀장은 "인원이 더 확보가 돼 있는 상태고 깊이 있는 수사도 할 수 있다. 재정에 크게 얽매이지 않다 보니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가령 참사가 터져도 그것을 할 수 있는 광수단 내 수사대는 저희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형기대 1팀은 이 팀장을 포함해 총 33명으로 구성돼 있다. '형사'가 붙는 경찰 조직은 으레 영화 '범죄도시'의 마동석을 연상시키지만 구성원들의 이력은 문무 겸비, 가지각색이다.
일선서 형사팀·강력팀 경력을 쌓은 경찰은 물론 사이버 범죄를 다뤄온 경찰·특전사 출신·해병 특수수색대 출신·미국 합기도 사범 출신 등이 있다. 이 팀장 외 2명은 변호사 자격증을 갖춰 수사 중 민감하게 다뤄지는 인권 문제 등에 대해 법률 검토를 돕는다.
특히 이 팀장의 경우, 수사계로 시작해 형사계 경력을 쌓아온 인물로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의혹' 사건 당시 현직 검사 사무실을 최초로 압수수색 한 경찰계 전설이다.
형기대의 특징은 수사의 호흡이 길고 깊다는 점이다. 가장 간단한 사건도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사건 규모에 따라 면담해야 하는 관계자는 수백 명에 이른다.
이 팀장은 "형기대는 인지 수사 부서다. 첩보 활동 등을 통해 사건을 발견해야 한다. 수사를 시작하면 깊이 파고든다. 단순히 범죄자가 처벌받는 것 이상으로 범죄 구조의 최고(총책)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형기대 해체 요구에 대해서는 "형기대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확대 개편 후 1년 반 동안의 성과에 대해서는 "잘 정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형기대로 확대 개편되면서 검거 건수가 인원 대비 300% 이상 늘어났다"며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 "각종 피싱과 중대재해 분야는 새로 신설하고 증원된 부분이기 때문에 여기서 성과를 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인터뷰 말미에 '다시 태어나도 경찰을 선택하겠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예전에는 경제·지능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누구인지 모르는 범인을 추적하고 쫓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면서도 "형기대는 죄종 불문이다. 범죄 트렌드에 따라 우리도 리딩방·사이버 도박까지 다 수사한다"고 두 눈을 빛냈다.
☞이승하 형사기동대 1팀장
△순경 입직(2003년) △서울 성동경찰서 경제팀·지능팀 △서울청 과학수사팀 △성남수정경찰서 형사팀장 △서울 송파경찰서 강력팀장 △청주청원경찰서 형사과장 △서울 은평경찰서 불광지구대장 △광역수사대 강력범죄수사대 3계장 △형사기동대 1팀장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