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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우 김원입니다.”
듣던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사실 김원 박사는 최근 한강의 현대 변화사를 다룬 책 ‘한강, 1968’을 쓴 하천 분야의 전문가다. 그런데, 최근 개봉한 최승호 피디의 4대강 관련 영화 ‘추적’에 출연했다는 점을 재미있게 말한 것이다. 9월28일 오후 김 박사는 반포대교 부근에서 자신의 책에서 다룬 한강 개발의 어두운 대목을 짧고도 강렬하게 설명했다. “한강에 가득했던 모래는 대부분 한강 주변의 아파트로 들어갔다. 우리는 한강의 모래를 먹고 성장한 것이다.”
이날 70여명의 현대자동차 할부조건 시민과 전문가들이 서울 한강의 반포한강공원에서 여의도한강공원까지 8㎞가량을 함께 걸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개발 위주 한강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한강의 미래를 상상하고 만들어보자고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날은 ‘시민의 한강’(가칭)을 만들기 위한 예비 모임 같은 자리였다.
출발지인 반포한강공원은 정신이 없었다. 반포대교 난간에선 분수가 뿜어 신용회복위원회 져 나왔고 그 아래 각종 부스로 가득찬 잠수교에선 흥겨운 음악이 큰 소리로 흘러나왔다. 둔치 쪽은 걷고 뛰고 자전거 타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댔고, 한강 쪽은 어수선하게 늘어선 3개의 세빛섬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시장통 같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적 한강 개발 사업 취업정보센터 인 세빛섬 앞에서 이야기하는 송경용 신부. 시민의 한강 제공.


이 광경을 배경으로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국장이 반포한강공원의 상황을 설명했다. “반포한강공원은 자연형 호안을 만든 구간이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 무지개 분수, 세빛섬, 서래나루 등을 마구 만들더니 이젠 세빛섬과 비슷한 수상 푸드 존 히트론 을 또 만들겠다고 한다. 오 시장이 공공 공간인 한강과 둔치를 점점 더 상업화, 사유화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시민을 위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동작대교로 가는 길은 2㎞ 정도다. 이 길을 걸으며 조은미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이사장에게 ‘시민의 한강’을 만들려는 이유를 물어봤다. 조 이사장은 “현재는 한강이 너무 개발에 치우 풍차돌리기저축 쳐 있다. 시민을 포함한 생명이 주인인 한강의 주권을 되찾자는 취지로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개발한 한강 구간을 걸으며, 과연 미래의 한강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강의 생태계와 문화를 되살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꿈꾸는 한강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동작대교 부근을 걸으며 석락희 샛강시민위원회 공동위원장에게 물었다. 석 위원장은 김원 박사의 책 ‘한강, 1968’을 인용했다. “되도록 1968년 한강 개발 이전의 모습을 회복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보를 철거해서 한강의 자연스런 흐름을 회복하고, 주변의 도시고속도로를 지하화해서 한강에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나 구청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처럼 주변 시민들이 한강 공원을 관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량대교 아래서 한강대교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민들. 시민의 한강 제공.


이날 자리에는 국회의원도 한 명 참석했는데,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어떻게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됐느냐고 묻자 “최근에 한강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강의 역사가 한국의 역사’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개발 시대가 희생시킨 한강의 가치가 매우 크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도로와 아파트로 뒤덮인 한강 주변의 공간을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보고 싶다. 당장은 쉽지 않지만, 중장기적인 도시계획을 통해 바꿔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궁극적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물놀이할 수 있는 한강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동작대교에서 한강대교 구간을 걷는 중에 논란 많았던 ‘한강 버스’가 운항을 한 달 동안 중단한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운항을 시작한 지 불과 열흘 만이었다. 함께 걷던 사람들 사이에서 ‘다행이다. 잘 됐다’는 반응과 ‘무슨 심각한 문제가 생겼기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중단했을까’ 하는 의문이 함께 나왔다.
지난 15년 동안 ‘4대강 재자연화’, ‘서울 한강 재자연화’ 운동의 가장 중요한 활동가 중 한 사람이었던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염형철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시민의 한강’이 왜 필요한지 물었다. “그동안 오세훈 서울시의 한강 개발을 비판만 한 것이 아닌가 반성했다. 한강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대안이 필요하고 그래서 한강을 먼저 걸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원 박사가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래강’ 한강을 어떻게 회복할지, 과거의 한강에서 한강의 미래를 어떻게 찾을지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한강공원에 새로 지어진 유람선 터미널 앞에서 이야기하는 시민들. 시민의 한강 제공.


거의 세 시간을 걸어서야 이날의 종착지인 여의도한강공원에 도착했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한강 버스 선착장과 유람선 터미널이 한 눈에 들어왔다. 참석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풍경이었다. 오세훈 시장은 임기 중에 이렇게 눈에 띄는 시설물을 많이 만들었다. 시민의 의사를 묻거나 지속가능성을 따져본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급하게 발표했고 급하게 추진했다. 세빛섬처럼 오랫동안 애물단지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다시 김원 박사에게 물었다. 미래의 한강은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느냐고. 그는 “오랫동안의 개발로 한강이 원래의 모습을 많이 잃었다. 지금의 부자연스런 한강의 모습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지속가능한 한강의 모습을 새롭게 찾을지 생각할 때가 됐다. 한강의 미래상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보고 싶다. 시민들도 자연스런 한강의 모습에 공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11월9일 선유도에서 ‘시민의 한강’ 창립 대회를 연 뒤 시민과 전문가, 정치인들의 논의를 거쳐 미래의 한강을 그려나갈 계획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한강의 미래가 중요 의제가 될 수 있게 준비도 할 것이다. 한국 경제 개발의 상징이자 한국 하천의 모델인 한강이 새로운 청사진을 갖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