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귀성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3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그 이후 올해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6월 3일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3년 만에 정권을 잃었다. 이후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구속되고, 소수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거대여당인 민주당과 정권을 쥔 이재명 대통령의 폭주를 막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보수의 위기다.
이 같은 유례없는 보수의 위기 속에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에서도 심상찮은 민심이 감지되고 있다. 보꽁머니
수세가 강하다 못해 우리나라 보수정치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져 온 대구·경북인만큼 그 민심의 변화는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점철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직접 들어본 대구·경북 시민들의 푸념은 대체로 "국민의힘이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있다"거나 "대구·경북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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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남성·63세)씨는 "여전히 이재명(대통령)이는 미워죽겠지만 그래도 하는 걸 보면 윤석열(전 대통령)보다는 나아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우리(대구·경북)만 믿고 절실함 없이 하는 것 같은데 이번에 진짜 안 바뀌면, 정신 차리라고 내년 선거(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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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인 이모(남성·35세)씨도 "초등학생 때부터 어른들한테 들어왔던 두 개가 하나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신) 찍으라'는 것과 '대구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었는데 지금 둘 다 하나도 변한게 없다"며 "일 하느라 바빠서 정치는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데 이번에 민생소비쿠폰으로 그래도 매출이 좀 올랐다. 국민의힘이 대구 경제를 못 살리면 나도 더 찍을 필요는바다이야기오리지널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 달성군에 살면서 대구 소재 한 전문대에 재학 중이라는 홍모(남성·23세)씨는 "곧 취업을 해야 하는데 대구에서 직장 다니는 선배들이 다들 어려워하고 자꾸 직장을 옮기신다. 그만큼 살기 어렵다는 뜻"이라며 "서울이나 경기도는 집값도 오르고 계속 잘 살고 있다는데 여기는 변화가 없다. 우리만 잘 살게 해준다면 국민의모바일 바다 이야기 다운
힘이든 민주당이든 찍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귀성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 6·3대선에서 대구는 김문수 후보에게 110만3913표(67.62%)를 몰아줬다. 이 대통령은 37만9130표(23.22%)를 얻는데 그쳤다. 경북에서도 김 후보는 115만9594표(66.87%)를 얻어 이 대통령(44만2683표·25.52%)과는 71만6911표(41.35%p)차의 격차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경북 영주에 거주하는 김모(남성·69세)씨는 "윤석열(전 대통령)이 워낙 못해서 그렇지 이재명(대통령)이가 잘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 사람은 원래 대통령이 돼선 안 됐을 사람"이라며 "TV를 틀면 이재명이나 정청래(민주당 대표) 얼굴밖에 안 나와서 아예 TV에서도 요새 뉴스는 안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서구에 사는 오모(여성·35세)씨도 "뉴스를 보면 여성들이 이 대통령을 좋아한다고 해서 '개딸'이라고 표현하는 걸 봤는데, 나를 포함해서 내 주위에 이재명 좋다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내가 어떻게 사는데 무슨 지장이 있겠냐만 이 대통령은 좀 거부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현재 어지러운 정치 상황으로 인해 정치적 혐오감이 커져 다음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현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독주도, 국민의힘의 무기력함도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민심이 대부분이었다.
대구 중구에 거주하는 구모(남성·40세)씨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나라가 중국과 북한에 넘어갈 것 같은 걱정이 되는데 국민의힘이 이걸 못 막아 주고 있는 것 같아 더 걱정된다"며 "어차피 변할게 없는 것 같은데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신경쓰지 않고 그냥 내가 이 나라를 뜨는게 더 낫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에 거주하는 고모(여성·58세)씨는 "이재명이랑 민주당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 저쪽에서 이렇게 하면 '우리는 이렇게 막겠다'는 비전을 줘야하는데 그런게 전혀 없다"며 "이젠 정치 뉴스를 보거나 기사를 읽는 것도 지쳐서 잘 안 본다. 선거가 내년인지도 몰랐는데 투표를 안 할 생각"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 북구에 살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우모(남성·35세)씨도 "정권이 바뀌었다는데 집값이니 물가니 바뀐게 하나도 없다. 이재명이 뭘 잘하고 있다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국민의힘은 계엄이라는 큰 사건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 아직 사과조차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좀 실망스럽다. 이런 걸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투표를 안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